얼마전 우리나라 작가 한강님께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오늘까지도 떠들썩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노벨문학상은 받을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
노벨 문학상은 전 세계의 뛰어난 작가들에게 수여되는 권위 있는 상이지만, 특정 장르와 언어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소외의 배경에는 문학 전통, 정치적 이슈, 언어적 접근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합니다. 이를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소외된 장르
노벨 문학상은 주로 소설, 시, 희곡과 같은 고전적인 문학 장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다음과 같은 장르들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아 왔습니다.
SF(과학 소설)
과학소설(SF)은 인간과 과학기술, 미래 사회에 대한 심오한 탐구를 통해 문학적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장르입니다. 그러나 SF는 대중 문화의 일부로 인식되며, "문학적 가치"가 부족하다는 편견 때문에 노벨 문학상 심사에서 배제되어 왔습니다.
필립 K. 딕,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같은 SF 거장들은 인간 조건과 사회 변화를 통찰력 있게 다루었으나 노벨 문학상 후보로조차 거론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2021년 수상자인 탄자니아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디스토피아적 사회상을 다룬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는 전통적인 SF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판타지
판타지 장르는 주로 신화, 전설, 상상 속의 세계를 다루며, 이를 통해 현실 세계를 우화적으로 비추는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그러나 판타지는 오랫동안 유아용 또는 오락적 문학으로 평가절하되었습니다.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같은 걸작조차도 "문학적 정통성"의 부족으로 인해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장르 문학과 순수 문학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노벨상 심사위원들은 판타지를 상업적이고 비본질적인 문학으로 보는 경향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픽 노블 및 만화 그래픽
노블은 서사와 시각 예술을 결합한 현대적인 문학 형식으로, 사회적 문제와 역사적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루기도 합니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Maus)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노벨 문학상에서는 여전히 이 장르가 무시되고 있습니다. 그래픽 노블과 만화가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학적 형식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벨 문학상은 여전히 전통적 텍스트 기반 문학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문학의 시각적 요소를 배제하는 보수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대중문학과 장르 소설
추리소설, 로맨스, 범죄소설과 같은 장르 소설은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노벨 문학상에서는 경시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레이먼드 챈들러 같은 작가들은 장르적 한계를 넘어서 문학적 성취를 이뤘지만 수상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는 대중적 인기와 문학성을 구분 짓는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된 결과입니다.
2. 소외된 언어와 지역
노벨 문학상은 특정 언어와 지역에 편향된 경향이 있습니다. 유럽 중심적 시각이 강하게 작용하여 비유럽권 언어와 작가들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역사가 있습니다. 비서구권 언어 노벨 문학상은 세계 문학을 대상으로 하지만, 수상 기록을 보면 유럽 중심적 편향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웨덴어 같은 유럽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특히 비서구권 언어와 소수 언어로 쓰인 작품들은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세계 문학의 다양성을 해치는 문제로 지적됩니다.
→ 예외적으로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중국의 모옌 등이 수상하긴 했으나, 이는 여전히 극소수입니다.
한국어 문학
한국 문학은 근대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들을 배출했지만, 아직까지 노벨 문학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황석영, 고은, 한강과 같은 작가들이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가 이번 한강의 수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문학이 지닌 고유한 정서와 서사를 번역으로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운 문제와 관련이 깊습니다. 특히 한국 문학은 일제강점기, 분단과 전쟁, 급격한 근대화 등의 고유한 역사적 배경을 다루기 때문에, 서구 심사위원들이 이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프리카 및 아랍권 문학의 제한된 수상
아랍어로 집필된 문학은 나기브 마푸즈가 1988년에 수상한 것이 유일한 사례입니다. 아랍 문학은 복잡한 역사와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 문제와 정치적 편견으로 인해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아프리카 문학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작가들이 자국 언어 대신 영어, 프랑스어로 작품을 써야만 주목받는 현실은 비서구권 문학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비서구권 문학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보여줍니다.
3. 번역 문학의 문제와 문학적 편견
노벨 문학상은 전 세계의 문학을 대상으로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모든 언어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번역된 작품이 주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데, 여기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번역의 한계
번역이 원작의 뉘앙스와 문체를 완벽히 전달하지 못해 작가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나 아랍어처럼 고유한 문학적 특성을 가진 언어는 번역 과정에서 큰 손실을 겪습니다. 번역된 문학의 접근성 부족 심사위원단은 주로 영어, 프랑스어로 번역된 작품에 더 쉽게 접근합니다. 이는 덜 알려진 언어로 쓰인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무시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4. 정치적 편향과 문학적 가치의 충돌
노벨 문학상은 때때로 정치적 메시지를 중시하며 수상자를 선정해 논란이 되곤 했습니다.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특정 지역이나 작가들이 소외되는 일도 발생합니다. 예시: 소련과 동유럽 작가들 냉전 시기 동안 서구 사회에 반체제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가들이 주목받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의 작가들이 억제되거나 무시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대중적 작가에 대한 배제
문학적 대중성을 가진 작가들이 노벨 문학상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대중적이라는 이유로 '문학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는 것입니다.
노벨 문학상은 세계의 문학을 포용하고자 하지만, 특정 장르와 언어에 대한 편향과 소외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문학 장르와 언어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새로운 문학적 목소리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한국 문학 또한 이러한 변화를 통해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